광화문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열린 인상주의를 넘어: 르누아르 · 드가 · 고흐 · 마티스 · 피카소 전시장을 찾아가 보았다. 이 전시는 작년 12월부터 올해 5월까지 로마 아라 파치스에서 먼저 열린 뒤 서울로 들어왔다. 같은 큐레이션이 로마에서 광화문까지 이어졌다고 생각하니, 유명 공연의 내한 무대를 마주하는 느낌이었다.
익숙한 이름을 넓게 걸어 둔 광고 문구의 인상이 강했지만, 방문해 보니 디트로이트 미술관이 모은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중반까지의 유럽 근대 회화를 한 번에 살펴볼 수 있는 꽤 괜찮은 큐레이션으로 다가왔다. 주최사 기사가 설명하듯 출발점은 인상주의이고 도착지는 상징주의, 야수주의, 표현주의, 입체주의, 파리파까지 이어진다. “인상주의를 넘어”라는 제목은 후기인상주의와 20세기 초 모더니즘으로 이어지는 이 전시의 구성을 꽤 잘 설명해 주는 것 같다.
미국의 산업도시가 모은 유럽 근대
디트로이트 미술관(Detroit Institute of Arts, 이하 DIA)은 1885년에 설립됐고, 65,000점 이상을 소장한 미국의 큰 미술관 중 하나라고 한다. DIA의 글에 따르면 이번 전시에 나온 작가들의 상당수는 윌리엄 발렌티너가 관장으로 있던 1924년부터 1945년 사이 컬렉션에 들어왔다. 발렌티너는 랠프 하먼 부스, 에드셀 포드, 줄리어스 하스, 로버트 태너힐 같은 후원자들과 함께 DIA 컬렉션을 유럽 근대 회화 쪽으로 키운 인물로 소개된다. 1920-1930년대 미국에서 이런 유럽 모더니즘을 공공 컬렉션으로 받아들이는 일은 꽤 모험적인 선택이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전시가 설명하는 근대 회화의 흐름
로마 전시 소개와 DIA의 로마 전시 글은 이 구성을 인상주의 이후 유럽 근대 회화가 여러 방향으로 갈라지는 과정으로 설명한다. 인상주의가 빛과 현대적 장면을 다룬 뒤, 후기인상주의와 20세기 초 회화에서는 형태의 구조, 색의 자율성, 감정의 표현, 여러 시점의 구성 같은 문제가 더 크게 다루어진 것으로 정리된다. 세잔의 산과 목욕하는 사람들, 고흐의 풍경과 정물, 마티스와 피카소의 작품은 그런 변화가 20세기 초 파리 회화의 실험으로 이어지는 흐름 안에 놓여 있는 것으로 소개된다.
순회 전시 따라가 보기
필자는 이런 배경 이야기 조사해보는 것에서 더 재미를 느끼곤 한다. 전시를 보고 나서 자료를 따라가 보니, 세종미술관 전시는 DIA의 유럽 근대 회화 52점을 묶은 전시 패키지에 가까워 보인다. 2016년 오사카시립미술관 전시에는 작품 목록 PDF가 남아 있는데, 이를 지금 로마·서울 전시와 맞춰 보면 52점 가운데 41점은 같고 11점은 달라진 것으로 보인다.
| Period | City / Venue | Exhibition |
|---|---|---|
| 2015.09-2016.04 | Genoa, Palazzo Ducale | From the Impressionist to Picasso. Masterpieces from the Detroit Institute of Arts |
| 2016.04-2016.06 | Toyota, Toyota Municipal Museum of Art | Detroit Institute of Arts Exhibition |
| 2016.07-2016.09 | Osaka, Osaka Municipal Museum of Art | Detroit Institute of Arts Exhibition |
| 2016.10-2017.01 | Tokyo, The Ueno Royal Museum | Detroit Institute of Arts Exhibition |
| 2025.12-2026.05 | Rome, Museo dell'Ara Pacis | Impressionism and Beyond: Masterpieces from the Detroit Institute of Arts |
| 2026.05-2026.08 | Seoul, Sejong Museum of Art | Beyond Impressionism: Masterpieces from the Detroit Institute of Arts |
흥미롭게도 설명 방식도 함께 이동하는 것처럼 보인다. 로마 자료는 강한 벽색과 섹션 구성을 전시장 사진으로 보여 주고, 서울 전시장에서도 비슷한 색과 구획의 감각이 이어졌다.
2025-2026 로마·서울 전시 52점 목록
서울 전시의 정식 작품 목록은 아직 공개 웹페이지에서 찾지 못했다. 아래 목록은 필자의 기억과 여러 자료를 맞춰 정리해 본 것이다. 빠진 부분이나 잘못 짚은 작품이 있을 수 있다.
- 1Gustave CourbetBather Sleeping by a Brook
- 2Carolus-DuranMerrymakers
- 3Henri GervexCafe Scene in Paris
- 4Édouard ManetOn the Beach
- 5Pierre-Auguste RenoirWoman in an Armchair
- 6Edgar DegasDancers in the Green Room
- 7Edgar DegasMorning Ride
- 8Edgar DegasJockeys on Horseback before Distant Hills
- 9Edgar DegasWoman with a Bandage
- 10Edgar DegasPortrait of a Woman
- 11Paul CézanneTête d'homme
- 12Paul CézanneBathers
- 13Paul CézanneMont Sainte-Victoire
- 14Camille PissarroThe Path
- 15Alfred SisleyThe Church in Moret after the Rain
- 16Max LiebermannPark Scene with Trees and Figure
- 17Pierre-Auguste RenoirSeated Bather
- 18Pierre-Auguste RenoirThe White Pierrot
- 19Vincent van GoghVase with Carnations
- 20Vincent van GoghBank of the Oise at Auvers
- 21Odilon RedonEvocation of Butterflies
- 22Maurice DenisLa Dépêche de Toulouse
- 23Félix VallottonStanding Nude Holding Gown on Her Knee
- 24Pierre BonnardWoman with Dog
- 25Georges RouaultThe Clown
- 26Chaïm SoutineRed Gladioli
- 27Amedeo ModiglianiYoung Man with a Cap
- 28Amedeo ModiglianiA Man
- 29Amedeo ModiglianiA Woman
- 30Raoul DufyStill Life
- 31María BlanchardSaxophonist
- 32Juan GrisStill Life
- 33Pablo PicassoHead of a Harlequin
- 34Pablo PicassoPortrait of Manuel Pallares
- 35Pablo PicassoBottle of Anis del Mono
- 36Pablo PicassoWoman Seated in an Armchair
- 37Pablo PicassoGirl Reading
- 38Pablo PicassoSeated Woman
- 39Henri MatisseThe Window
- 40Henri MatisseCoffee
- 41Henri MatissePoppies
- 42Max PechsteinUnder the Trees
- 43Wassily KandinskyPainting with White Form (study)
- 44Lyonel FeiningerSidewheeler II
- 45Erich HeckelWoman
- 46Karl Schmidt-RottluffEvening by the Sea
- 47Karl Schmidt-RottluffStill Life, Cactus
- 48Emil NoldeSunflowers
- 49Oskar KokoschkaGirl with Doll
- 50Oskar KokoschkaView of Jerusalem
- 51Max BeckmannStill Life with Fallen Candles
- 52Max BeckmannSelf Portrait in Olive and Brown
메트로폴리탄박물관의 리먼 컬렉션을 중심으로 소개했던 국립중앙박물관의 인상주의에서 초기 모더니즘까지, 빛을 수집한 사람들 전시와 더불어, 최근 퐁피두센터 한화 개관전의 큐비즘 작품들까지 이어지는 꽤 괜찮은 기회였다. 인상주의 작품은 잘 연출된 조명 아래에서 볼 때, 스스로 빛을 내는 디스플레이에 이미지를 띄워 둔 것처럼 살아나는 순간이 있는 듯 하다. 그런 빛과 색의 감각에서 출발해, 조금씩 난해함과 함께 현대 시각 디자인의 영역으로 겹쳐지는 듯한 과정을 차분히 따라가게 한다.
- Where
- 세종문화회관 세종미술관 1관·2관
- Exhibition
- 인상주의를 넘어: 르누아르 · 드가 · 고흐 · 마티스 · 피카소
- Dates
- 2026.05.28 - 2026.08.23
- Ticket
- 성인 23,000원, 청소년 19,000원, 어린이 16,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