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 배낭여행의 아련한 추억으로 남아 있는 퐁피두센터. 파리 퐁피두센터는 2025년부터 리노베이션 준비에 들어갔고, 이 기간에는 Constellation 프로그램을 통해 소장품 전시를 프랑스 국내외 여러 장소에서 이어 간다. 서울의 퐁피두센터는 한화문화재단이 퐁피두센터와 맺은 4년 파트너십으로 운영된다고 한다.

해외 협력 사례는 파리 본관 리노베이션 이전부터 이어져온 것으로 보여진다. 2015년 문을 연 퐁피두센터 말라가는 스페인 말라가시에 개관한 프랑스 밖 첫 퐁피두센터 사례다. 상하이 West Bund Museum 프로젝트는 2019년 개관했고, 작품 대여, 현지 맥락의 전시 설계, 교육·매개 프로그램, 현지 작가 소개가 협력 범위에 포함된다. 벨기에 브뤼셀의 KANAL-Centre Pompidou는 Kanal Foundation과의 장기 협약에서 출발해 옛 시트로엥 차고를 문화 허브로 전환하는 프로젝트로, 2026년 11월 일반 공개를 예정하고 있다.

퐁피두센터 한화의 여러 층 전시실이 보이는 중앙 공간
퐁피두센터 한화의 중앙 전시 공간.

개관전 "큐비스트: 시각의 혁신가들"

미술관은 과거 아쿠아리움이 있던 63빌딩 별관을 전면 리모델링해 조성됐고, 2026년 6월 4일부터 관람객을 맞이하며 개관전으로 큐비스트: 시각의 혁신가들을 열었다. 전시는 2026년 10월 4일까지 계속되며, 파리를 중심으로 1907년부터 1927년까지 전개된 큐비즘을 다룬다. 퐁피두 컬렉션 92점과 한국적 맥락을 다루는 KOREA FOCUS로 구성된다. 2전시실 3층에 배치된 KOREA FOCUS는 한국 근현대 회화, 아카이브 미디어, 전시를 위해 의뢰 제작한 영상 작품을 함께 다룬다.

전시장에서는 로제 드 라 프레네의 흉갑 기병 앞에서 한 번 걸음을 멈췄다. 회사에서 업무로 여러 작품 사진을 살펴보던 중 봤던 작품이라, 실제 작품을 눈앞에서 보니 괜히 반가웠다. 프란시스 피카비아의 우드니는 WikiArt 데이터셋으로 AI 모델 학습시키던 시절 자주 봤던 작품이라 역시 낯이 익었다. 피카소 같은 더 유명한 작품도 많았지만, 기억에는 두 작품이 남는다.

로제 드 라 프레네의 회화 흉갑 기병
로제 드 라 프레네의 1910-1911년작 흉갑 기병.
프란시스 피카비아의 회화 우드니
프란시스 피카비아의 1913년작 우드니.

한화문화재단과 퐁피두센터의 보도자료는 향후 4년간 퐁피두 소장품 기반 기획전을 연 2회 개최하고, 한국 및 글로벌 동시대 미술에 초점을 맞춘 자체 기획전도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같은 자료는 개관전 이후 샤갈, 칸딘스키, 마티스와 야수주의, 브랑쿠시 등으로 이어지는 전시 로드맵도 함께 언급한다.

파리 본관 리노베이션 기간에는 퐁피두 소장품이 전시 묶음 단위로 여러 파트너 미술관을 이동하지 않을까 싶어 찾아보니, 2026년 6월 기준 공식 전시 목록에는 LaM의 칸딘스키, Grand Palais와 CaixaForum Barcelona의 마티스, Neue Nationalgalerie Berlin의 브랑쿠시 전시가 동시에 올라와 있었다. 샤갈은 같은 시점에 열리는 Constellation 전시로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퐁피두 국제 개요에는 2025년 비엔나 알베르티나 미술관의 샤갈전에 작품을 대여했고, 그 뒤에도 관련 논의가 있었다는 정도가 적혀 있다. 이 자료만으로 서울의 다음 전시를 특정할 수는 없지만, 퐁피두 소장품이 작가군과 전시 묶음 단위로 여러 파트너 공간을 오간다는 생각은 어느 정도 맞아 보인다.

Where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63로 50, 63빌딩 별관 G층 입구
Opening Show
큐비스트: 시각의 혁신가들, 2026.06.04 - 2026.10.04
Hours
화·목·금·일 10:00-18:00, 수·토 10:00-21:00, 월요일 휴관
Ticket
개관전 기준 성인 일반 28,000원

건물과 로고

공식 건축물 소개에 따르면 장 미셸 빌모트가 설계를 맡은 퐁피두센터 한화는 63빌딩의 수직적 규모감과 대비되는 수평적 ‘빛의 띠’ 형태로 계획됐고, 2·3층 일부에는 대형 투명창을 배치해 자연광을 들이며 야간에는 후면 조명을 통해 외관이 빛을 발산하도록 했다고 한다.

전시관 근처 벽면의 로고도 파리 퐁피두센터의 건물형 로고를 떠올리게 했다. 왼쪽의 막대 형태는 높은 63빌딩과 낮은 별관을 형상화한 것처럼 읽힌다.

퐁피두센터 한화 전시관 근처 벽면 로고
전시관 근처 벽면의 퐁피두센터 한화 로고.

전시관 입구에는 팔레스타인 관련 시민단체 이름으로 걸린, 조금은 과격한 표현의 현수막도 있었다. 무슨 얘기인가 찾아보니, 한화 계열사와 Elbit, ELTA, IAI 같은 이스라엘 방산기업의 협력 관계를 문제 삼은 시위인 것 같고, 프랑스 현지에서도 비판이 있었던 모양이다. 표현은 다소 억지스럽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었지만,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각자의 몫일 것이다. 어쩌면 전시장 바깥의 그 현수막까지도 현대미술의 일부일지도.